목차
1. 루어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배스의 반응.
2. 적게 움직이고 많이 섭취해야 하는 것이 포식자의 숙명.
3. 아가미의 새파(gill raker)와 새공(gill cleft)의 크기는 먹잇감의 크기와 비례한다.
4. 큰 먹잇감의 비밀은 체고에 숨겨져 있다.
5. 배스의 활성도는 루어의 크기와 밀접하다.
6. 미끼가 작을수록 꼬이는 배스의 숫자는 많다.
7. 토착화된 배스. 배스도 수중 생태계에서의 역할이 있다.
1. 루어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배스의 반응
배스가 루어에 반응하는 까닭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가지는 식욕에 의한 먹새 반응과 분노의 감정에 의해서 비롯되는 공격 반응, 그리고 의도치 않게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리액션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던져넣는 루어는 물 속에서 '먹새, 공격, 리액션' 주로 이 세가지 반응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배스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면 배스는 자신의 눈 앞에 놓여져 있는 어떤 물체(루어)를 판단할 때, 어떤 요소를 기준으로 각기 다른 세가지의 반응을 보이게되는 것일까요? 필자의 소견으로 이 세가지 반응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기준은 물체의 '속도와 크기' 라고 봅니다. 배스를 사육해 왔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두가지 요소 중에서도 특히나 물체의 크기(체고와 체장)는 먹새반응과 그 이외의 반응을 구분짓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볼 수 있지요.
먹새의 관점에서 봤을 때, 배스들은 성장단계(치어-준성어-성어-대어)에 따라서 주식으로 삼는 '먹잇감의 크기 선호도'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이때 체급이 다른 각 단계의 배스들은 눈 앞에 놓여진 물체가 주식로 삼는 먹잇감의 크기보다 너무 크거나 작으면 먹새반응 보다는 공격이나 리액션, 혹은 무관심 등의 반응을 보이게 되지요.
예를들어, 리액션 반응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배스의 신체 크기가 물체(루어)의 크기와 별다른 상관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액션의 관점에서 본다면, 20cm짜리 배스가 20cm짜리의 큰 루어를 공격할 수도 있고, 60cm짜리 배스가 4cm짜리 웜에도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리액션이나 공격반응의 관점에서는 배스의 체급과 무관하게 아주 작은 루어에서부터 매우 큰 루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크기의 루어에서 반응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배스낚시의 입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먹새 반응의 경우에는 배스의 체급별로 선호하는 먹잇감(루어)의 크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가령, 동일한 수조 내에 위의 사진과 같이 2~4cm(약 1~2inch) 가량에 해당하는 올챙이 수백마리가 존재하고 있고, 그곳에는 각각 20cm 배스와 60cm 배스가 함께 머물러 있다고 칩시다. 수조 속에는 과연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요? 독자분들께서도 한번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20cm 배스는 눈 앞에 있는 작은 올챙이 떼를 맹렬히 쫓으며 사냥에 나서지만 60cm 배스는 수개월을 굶은 상태로 공복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결코 저 정도 크기의 작은 치어떼를 먹새에 의해 공격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60cm 배스가 저 정도로 작은 올챙이에 의해 먹새반응을 보일 확률은 (3톤 사육수조 내에서) 5% 이하라고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굶어 죽을지언정 작은 치어 떼를 공격하지 않는 빅배스.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이는 실제 사육수조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며, 또한 특정 대물 개체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필자가 지금까지 사육해 왔던 모든 대물 배스들이 보여주는 공통된 특징입니다. 소위말해, 낚시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명언, '대물을 낚으려면 큰 미끼'를 써라는 문장은 리액션의 관점에서 보자면 틀린 말이 될 수도 있지만, 먹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빅배스가 좋아하는 먹잇감의 크기란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배스의 에너지 효율성 측면과 아가미의 구조, 그리고 두개골의 특징을 함께 살펴보면서 빅배스가 큰 먹잇감을 선호 할 수 밖에 없는 신체적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고, 나아가 물 속 상위 포식자들의 신체적인 단점과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달 시켜온 생존비법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2. 적게 움직이고 많이 섭취해야 하는 것이 포식자의 숙명.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동물은 100만 종이 넘으며, 앞으로 밝혀질 종의 수는 지금까지 밝혀낸것 보다 더욱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탄생한지 46억년. 그리고 그곳에서 생명체가 등장하기 시작한 35억년 동안, 이땅에 수많은 동물들은 각자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며 진화해 왔을 것입니다. 동물들은 각자의 서식지와 신체적 조건에 맞도록,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하여 최대한의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는 생존 방법을 터득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 억년에 걸친 치열한 생존 경쟁의 결과, 오늘날 밝혀진 동물들의 '에너지 피라미드'는 위와 같은 모양으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문맥상 energy = food)의 근원은 태양 빛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빛에 의해 만들어진 에너지는 최초 생산자에서부터 출발해 최상위 포식자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단계를 거칠때마다 소실(loss)되는 양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진화해 왔습니다.
동물들은 먹잇감(energy 또는 food)을 얻기 위해 활동(hunting)하면서, 그리고 자신의 신체가 적당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해야만 하는데, 이 때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일반적으로 덩치가 큰 상위 포식자로 올라갈수록 커지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큰 덩치를 보이는 포식자들의 생활 패턴은 피식자들 생활에 비해 더욱 더 효율성을 추구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50cm 크기의 배스(포식자)는 5cm 크기의 피라미(피식자)에 비해 적정 체온을 유지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이 더욱 많을것이며, 또한 50cm 배스가 한번 사냥에 나설 때 소모되는 에너지 소모량은 5cm 크기의 피라미가 먹이사냥에 나설 때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보다 훨씬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육상과 수중의 상위 포식자들은 피식자들에 비해 강한 힘과 날카로운 이빨을 갖추어 신체적 조건이 월등히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먹잇감을 얻기위해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 및 신체 유지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포식자의 에너지 손실율은 피식자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신체적 조건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자연계에서는 결코 무소불위의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체에 어떤 부분이 강점으로 진화하게 되면 자연스레 다른 부분은 약점으로 작용하게 되고, 반대로 신체의 어떤 부분에 약점이 발생하게 되면 당연하게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또다른 신체 부위가 강점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배스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들은 강건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대신에 신진대사(에너지 효율성의 측면) 유지 측면에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하여 최대한의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 이것은 배스와 같은 포식자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된 숙명과도 같은 것이지요.
< 일반적으로 경차보다는 덤프트럭의 연비(연료 효율성)가 떨어지듯이, 덩치 큰 배스는 작은 배스들처럼 자주 돌아다니며 사냥하기에는 신체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한번 먹이사냥에 나섰을 때 큰 먹잇감을 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
물론, 신체의 에너지 효율성 비교 문제는 각기 다른 종의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의 효율성 문제는 같은 종의 동물에서도 개체의 크기에 따라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지요.
예를들어, 덩치가 작은 배스들은 2~4cm에 불과한 작고 재빠른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왕성하게 쫓아다닐 수 있지만, 덩치가 큰 배스들은 신체의 에너지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고작 2~4cm에 불과한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서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이 상황은 주식으로 삼는 먹새 반응을 놓고 해석한 경우이며, 리액션 반응의 관점에서는 빅배스가 2~4cm에 불과한 미끼에 반응 할 수 있습니다. )
배스의 아가미와 두개골의 특징 단락에서 언급하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50cm가 넘어가는 빅배스들의 신체는 성장을 거치면서 작은 미끼는 주식으로 선택 할 수 없도록 신체가 변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빅배스들은 2~4cm에 해당하는 작고 재빠른 먹잇감을 속도면에서 추격하여 따라잡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사냥에 성공하더라도 그 물고기를 섭취하여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에너지 보다도 소모하게 되는 에너지가 더욱 많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서두에서 60cm 배스는 2~4cm가량의 작은 올챙이 떼를 결코 흡입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빅배스에게 위의 사진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10~15cm가량의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투입하면, 빅배스는 그 즉시 입을 열어 올챙이를 삼키게 됩니다. 비늘이 없고 살이 부드러워 목넘김이 좋은 올챙이(양서류)는 배스에게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먹잇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빅배스의 먹잇감이 되기위해서는 한가지 조건이 더 붙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조건은 바로 올챙이가 '충분히 커야 한다는 것'이지요.
빅배스는 먹잇감이 투입되는 즉시 시각과 측선의 진동을 통해 자신이 취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를 정확하게 판단해 냅니다. 어떤 먹잇감이 최초에 투입된 이후, 빅배스는 그것이 자신이 먹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한번 판단을 내리게 되면, 그 후로는 아무리 배가 굶어 허기가 지더라도 차라리 아사 할 지언정 작은 먹잇감을 흡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간혹 낚시터에서 머리만 크고 몸매는 명태처럼 여위어 있는 배스를 낚아내게 되면, 으레 짐작으로 이곳 낚시터에 먹잇감이 부족해서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게 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틀린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양상태가 부실하거나 혹은 그런 상태로 장기간 노출되어 아사하게 되는 빅배스는 자신의 서식지나 영역 내에 먹잇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서서히 여위어가다가 죽게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낚시터에는 빅배스들이 섭취 할만한 '적당한 크기의 먹잇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죽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낚시터에 2~4cm 크기의 작은 민물고기 떼만 넘쳐난다면, 이런 상황이 작은 배스들이 성장해 나가는 발육단계에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 배스들이 빅배스로 성장하게 되면 2~4cm에 해당하는 작은 크기의 먹잇감들은 배스의 생존에 있어서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서식지의 환경에 따라서는 이와같은 작은 민물고기 떼들의 성화가 빅배스의 휴식공간을 압박하게 되므로 오히려 빅배스들을 궁지로 몰아붙이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빅배스는 신체의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먹새만큼이나 휴식조건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크기가 작고 스트럭쳐가 발달하지 못한 저수지에서는 어종 간에 휴식과 먹새의 공간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오히려 피식자인 민물고기가 포식자인 빅배스를 괴롭히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도심 근처에 유명한 낚시터만 골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산속 골짜기마다 여러 조건의 다양한 낚시터를 다녀보면, 연안에는 베이트피쉬가 넘쳐나고 분명히 빅배스들도 적게나마 서식하는 곳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곳은 몇년을 두고 기다려봐도 좀처럼 배스의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서식하던 빅배스의 영양상태가 갈수록 나빠진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필자의 소견으로 본다면, 이런 서식지의 빅배스는 주식에 해당되는 크기의 먹잇감이 부족하고, 또한 어종 간에 공간 경쟁이 심해 적당한 휴식처가 없기 때문에 번식을 하지 못하고 죽어나가게 된다는 것입니다.(신진대사 실패)
이런 사정으로 가늠해 보건데, 빅배스들의 먹새에는 확고부단한 성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며, 또 한편으로 본다면 빅배스들이 크기가 작은 먹잇감을 선호하지 않는데는 어떤 신체적 불리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같은 종의 배스라고 할지라도 신체의 크기가 다르면, 에너지를 취하고 소모하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배스들은 위의 사진처럼 크기별
(성장 단계별)로 주식으로 삼는 먹잇감의 크기가 달라진다. 큰 배스는 평상시에 신체 유지에 소모되는 에너지 소비량과 사냥시에 소모되는 에너지량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한번 사냥에 나섰을 때 큰 먹잇감을 선호할 것이고, 반면에 크기가 작은 배스는 신체유지와 사냥시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으므로 기회가 오기만 한다면 작은 먹잇감을 쫓아 여러번 사냥에 나서게 된다.>
3. 빅배스가 작은 먹잇감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
새파(gill raker)와 새공(gill cleft) 간격은 먹잇감의 크기와 비례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포식자와 피식자 간에는 에너지를 얻고 소모하는데 있어서 효율성의 차이가 존재하며, 이런 현상은 같은 종의 포식자 안에서도 개체의 크기에 따라서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수중 생태계의 모든 동물들은 저마다 신체적 특징에 맞는 각기 다른 크기의 주식(主食)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빅배스와 같이 덩치 큰 포식자는 큰 먹잇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이것은 가장 먼저 배스의 아가미 구조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살펴보면 배스의 아가미에는 '새파'와 '새공'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이 두가지 부분의 역할을 통해서 빅배스가 작은 먹잇감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배스는 굳게 닫혀있던 아래턱을 벌림으로서 입속에 빈 공간을 만들어 내고, 이때 발생하는 입 안과 입 밖의 압력 차이는 물과 먹잇감을 아가미 안쪽으로 빨아당기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입속으로 흡입된 물은 새궁 사이에 촘촘히 붙어있는 여러겹의 새엽을 통과하면서 새공을 통해 아가미 밖으로 배출되지요. 무수히 많은 새엽은 빨려들어온 신선한 물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그와 동시에 체내에 쌓였던 이산화탄소는 배출하므로서 호흡활동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입 속으로 빨려들어온 먹잇감은 어떻게 될까요? 사육경험을 통해 보자면, 체장 55cm에 체고 15cm 정도, 그리고 입의 지름이 약 8cm 정도에 해당하는 빅배스는 흡입하는 먹잇감의 크기에 따라서 그 먹잇감을 식도로 넘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먹잇감이 배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가미 밖으로 배출되기도 합니다.
먼저 작은 먹잇감을 흡입한 경우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만약 빅배스의 입속으로 2~4cm 가량의 아주 작은 먹잇감 한마리가 흡입 되었을 경우에는, 그 먹잇감이 배스의 식도를 통해 체내로 들어갈 확률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작은 먹잇감들은 빅배스의 크고 넉넉한 입속으로 빨려 들어오게 되면 새파에 의해 걸러져 식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입속에서 발생하는 와류에 휩쓸려 새공을 통해 아가미 밖으로 배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새파는 입속으로 휩쓸려 들어온 물과 먹잇감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빨려들어온 물은 새파 사이를 통과하여 새엽으로 전달된 후 호흡활동에 기여하겠지만, 물과 함께 빨려들어온 먹잇감은 새파에 걸러지기 때문에 새공(아가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식도로 넘어가게 되지요.
그러나 입안으로 휩쓸려 들어온 먹잇감이 새파에 걸러지지 않고 새공으로 배출될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그 먹잇감이 반드시 식도로 넘어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새공과 새파의 간격(크기)은 체장과 체고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덩치가 큰 배스일수록 작은 먹잇감을 흡입했을 때 식도로 넘기지 못하고 아가미 밖으로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과도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배스의 새공과 새파의 간격은 치어일 때는 좁고 촘촘하기 때문에 작은 먹잇감을 쉽게 식도로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어로 자라면서부터는 아가리가 커지면서 차츰 새공과 새파의 간격도 함께 커지게 됩니다. 특히 새공이 커지게 되면 빨아당기는 압력은 더욱 커지므로 보다 강한 흡입력을 가지게 될테지만, 반대로 커진 새공은 작은 먹잇감이 아가미 밖으로 빠져 나가버리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단점도 생기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빅배스들은 작은 먹잇감들을 쫓아가봤자 먹이사냥에 성공하여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는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신체의 에너지가 더욱 많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빅배스는 성장과정에서 이러한 과정들을 무수히 경험하고, 또한 실패를 학습해 왔기 때문에, 2~4cm 정도의 작은 먹잇감을 인지하더라도 추격할 의지를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지요.
( 서식지의 조건에 따라서는 빅배스가 아주 작은 베이트 피시 무리를 쫓아다니며 주식으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와같은 상황은 지형조건이 매우 좋아서 빅배스가 작은 베이트피시 떼를 쫓아 이동하면서도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곶부리와 골창은 빅배스들이 양분를 얻기위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여가며 휴식과 섭식을 적절하게 안배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좋은 지형은 댐과 같이 환경이 양호한 일부 서식지에 잘 나타나있습니다. 결국 빅배스들이 작은 먹잇감을 주식으로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는 한정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전국에 걸쳐져 있는 수많은 낚시터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한편, 빅배스들이 작은 먹잇감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신체의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필자의 소견으로 보자면 또 한가지 신체적인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 까닭은 바로 새엽의 손상을 막기 위함입니다. 빅배스를 사육해 보면 이들은 크기가 작은 새우나 가재를 굉장히 꺼려합니다. 그나마 10cm 이상이 되는 큼지막한 갑각류는 덩치 때문에 새공으로 배출되지 않고 식도로 삼킬 수라도 있지만, 4cm 이하의 작은 갑각류는 새공으로 배출되면서 새엽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먹잇감 선호도가 낮게 나타납니다. 아마도 빅배스들의 먹새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싫어하는 먹잇감은 4cm이하의 작은 갑각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서식지의 배스가 작은 새우를 싫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요. 가령 치어에서부터 성어로 성장할 때까지, 4cm 이하의 작은 새우떼나 참붕어떼가 지속적으로 개체수가 유지될 수 있는 천혜의 서식지가 있다면, 그곳에 서식하는 배스들은 수 년간에 걸친 학습을 통하여 성어가 되더라도 작은 먹잇감을 식도로 넘기는 요령을 터득할 수도 있습니다. ( 참고로 성어가 된 이후에도 이처럼 작은 먹잇감이 주식이 되는 낚시터는 대물 배스낚시터로 성장할 확률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유어일 때부터 성어로 성장기까지 2~4cm에 해당하는 작은 먹잇감만 주식으로 삼아야 하는 곤궁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배스들은 성어가 된 이후에도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컬럼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특수한 환경에 해당되는 먹새를 제외하고, 배스의 신체적인 구조를 놓고 보았을 때, 좀 더 많은 낚시터에서 적용되는 보편적인 먹새를 가정하고 설명하는 것임을 다시한번 밝혀둡니다.
< 배스는 먹잇감으로 물고기를 흡입할 경우에 오른쪽 사진 처럼 머리부터 삼키는 경우가 좀 더 많다. 만약 흡입시 물고기를 꼬리부터 삼키게 되면, 물고기가 배스의 위 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식도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스는 대부분의 물고기가 전방으로 유영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후방으로 유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물고기를 먹잇감으로 흡입했을 경우는 확률로 친다면 약 60% 정도는 머리부터 흡입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가재나 징거미와 같은 갑각류를 흡입할 때는 꼬리쪽부터 흡입할 때가 많다. 이유인즉슨, 갑각류는 다리가 많기 때문에 머리부터 흡입하게 되면 왼쪽 사진처럼 새파와 새궁에 갑각류의 다리가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저렇게 갑각류의 다리가 아가미에 걸려버리게 되면 새엽과 같이 예민한 부위에 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배스들은 갑각류를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갑각류를 닮은 루어에 반응하는 배스들의 심리를 예측해 볼 수 있다. 갑각류의 경우는 배스의 먹새반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외에도 배스의 영역방어, 호기심, 리액션 등에 의한 공격반응도 상당수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
물고기의 새엽은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자면 허파와도 같은 곳입니다. 빅배스의 입장에서, 만약 간에 기별도 오지 않는 작은 먹잇감을 잘못 삼켰다가 새엽이 손상당하게 된다면, 이런 행위는 결코 배스의 신체에 이로울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사육경험을 통해 보자면, 빅배스가 4cm 이하의 새우를 입안으로 흡입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굶어 죽을지언정 작은 새우와 같이 새엽에 해를 가하는 것은 흡입하지 않는 것이 빅배스들의 본능인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빅배스가 새우사냥에 나서게 되는 경우는 또다른 포식자가 새우사냥에 나선 모습을 인지했을 때입니다.
블루길이나 토종 대물붕어처럼 세우떼를 주식으로 하기에 부담이 없는 또다른 포식자가 빅배스의 시야 안에서 먹이사냥에 나서게 되면, 이때 만큼은 그 일대에 잠재되어 있던 먹이사슬이 연쇄적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스는 새우떼가 아니라 새우를 먹기위해 활동하는 또다른 포식자를 잡아먹기 위해 공격하다가 본의아니게 새우를 입안으로 빨아들이게 되거나, 혹은 꿩 대신 닭을 쫓는 심정으로 포식자 먹잇감(토종붕어나 블루길)을 놓치게 되면 근처에 있는 새우를 우발적으로 흡입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빅배스가 주식으로 삼는 먹잇감의 크기와 관련하여 이해를 돕기위해 타어종의 새파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반적으로 새파의 개수와 크기, 모양, 간격은 어종의 식성에 따라서 달라지게 됩니다. 배스와 같이 비교적 큰 먹잇감을 주식으로 하는 육식 어종들은 새파의 길이가 짧고 그 개수가 적어 새파와 새공의 간격이 넓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배스와 같은 육식성 어종들은 주로 큰 먹잇감을 섭취하기 때문에 필터 역할을 하는 새파가 먹잇감을 촘촘히 걸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배스와 같은 육식성 어종에게는 길고 촘촘한 새파가 오히려 섭식활동에 장애가 될 뿐이므로 퇴화하게 된 것이지요.
반면에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이 미세한 먹잇감을 주식으로 하는 떡붕어들은 새파가 아주 촘촘하게 발달해 있는데, 그 까닭은 주식으로 삼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떡붕어들은 수중에 유영하고 있는 플랑크톤을 보다 세밀하게 걸러내서 체내로 흡입해야하므로 새파가 발달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이처럼 물고기들은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아주 긴 세월동안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신체를 변화시켜 왔습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신체에 최적화된 먹잇감을 섭취함으로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만 했지요. 빅배스뿐만이 아니라 물속에 서식하는 수많은 어종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새파의 모양과 크기가 다른 것은, 어찌보면 처절하고 치열했던 생존 싸움의 흔적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4. 큰 먹잇감의 비밀은 체고에 숨겨져 있다.
앞서 배스의 아가미 구조를 분석해 가면서 이야기 했던 단락의 핵심은, 체장이 약 55cm 정도되는 빅배스는 체장이 4cm 이하를 보이는 물체에 대해서는 먹이사냥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백분율로 표현한다면, 55cm 전후의 빅배스는 자신의 체장 대비 7% 이하의 먹잇감에 대해서는 눈앞에 수백 마리가 존재하고 있더라도 반응하지 않을 공산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55cm급의 빅배스는 과연 얼마나 큰 먹잇감을 삼킬 수 있을까요? 미국의 자료에 따르면 라지마우스 배스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몸 길이의 약 10~50 %에 해당하는 크기를 가장 선호하며, 최대 60~70%까지 삼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말하는 기준으로 본다면, 55cm 라지 마우스 배스는 일반적으로 약 5.5 ~ 27.5cm의 먹잇감을 선호하며, 최대 33 ~ 38cm까지도 먹잇감으로 흡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러나 위에서 밝히고 있는 기준만으로는 빅배스가 선호하는 먹새에 대해서 판단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배스라는 포식자는 사냥을 나설 때 표적으로 삼은 먹잇감의 체장 보다는 '체고'를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빅배스의 눈 앞에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크기, 약 10~15cm 가량의 체장을 가진 먹잇감이 있다하더라도 그 물고기의 체고가 지나치게 높아 흡입하기에 부담스러운 체형을 가지고 있다면, 빅배스는 결코 그 먹잇감을 흡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먹잇감의 체장이 다소 짧더라도 체고가 적당히 있는 동물이 눈앞에 있다면 빅배스는 입을 열어 삼키게 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배스의 먹새를 논할 때 먹잇감의 체장만 놓고 판단하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아래의 도표는 우리나라의 수계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토종 물고기들의 '체장 대비 체고' 의 평균값을 나타낸 것인데, 우리는 이 도표를 통해서 빅배스가 선호하는 먹잇감의 크기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체감해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도표에서 여러 민물고기들의 체장을 10cm를 기준으로 하여 체고 비율을 나타낸 까닭은, 분류상으로 볼 때 체고가 높은 측편형 민물고기들이라 할지라도 체장이 약 10cm 전후 정도까지는 빅배스들이 한입에 삼킬 수 있는 덩치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체고가 가장 낮은 미꾸라지는 체장이 크게 오버되어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체고가 낮기 때문에 빅배스들이 흡입하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붕어나 블루길 같은 측편형 물고기들은 체장이 10cm를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게 되면, 제아무리 아가리가 큰 빅배스라고 할지라도 흡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체형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어느 배스낚시터에 가더라도 배스들의 주식이 된다고 볼 수 있는 먹잇감으로는 붕어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필자의 경험으로보자면, 체고가 높은 붕어의 경우는 체장이 15cm만 되더라도 평균적으로 체고가 5.7cm 정도 나오기 때문에 55~60cm급 빅배스들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집어삼킬 수 없는 부담스러운 체형이 됩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천태만상의 먹이사슬을 한낱 숫자로 표현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표현해 본다면, 55cm~60cm급 배스들은 신체의 에너지 효율을 감안하여 큰 먹잇감을 찾아나설 때 10~15cm 사이의 붕어를 선호하며, 15cm를 넘어가는 붕어에 대해서는 먹잇감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약탈자로 인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64cm 배스의 시야에 포착된 15cm급 붕어와 비슷한 크기의 미꾸라지. 수년간의 사육경험을 통해 살펴본 바, 위와 같은 양자택일의 경우가 발생했을 경우 빅배스가 붕어를 먹잇감으로 선택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물론, 미꾸라지가 붕어에 비해 유영능력이 떨어지고, 비늘이 없어 소화시키기 좋다는 점에서 빅배스가 미꾸라지를 선호하는 것도 있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 그러한 이유보다는 붕어의 체고가 한입에 넣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기 때문에 미꾸라지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몇주간 굶주려있는 64cm 배스에게 체장 15cm 정도의 붕어와 같은 길이의 미꾸라지를 함께 투여해 주면, 미꾸라지의 경우는 투입과 동시에 배스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가지만, 저정도 체장을 가진 붕어는 사실상 빅배스가 잡아먹지 못하는 먹잇감이 될 공산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필자가 사육했던 64cm 배스의 아가리 최대 지름은 약 9cm 정도를 나타내었는데, 이 개체에게 체장 15cm, 체고는 5.7cm 인 붕어를 먹잇감으로 하여 각기 다른 시점에 10번 가량 투입시켜 보면 그중에서 8~9 번은 아예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외에 나머지 1~2번은 대개 붕어가 배스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에 발생하는 우발적인 공격이거나, 리액션 반응에 의한 공격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빅배스는 붕어를 식도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일순간 흡입했다가 (높은 체고로 인해) 즉각 다시 뱉어내게 됩니다.
실제로 3톤 사육수조에 투입된 15cm 붕어는 필자가 그물로 떠서 끄집어내지 않는한, 그 사육환경에서 64cm 배스와 함께 살아가는 포식자로서 활동할 뿐, 일방적으로 배스의 먹잇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15cm 붕어가 64cm 배스와 한 공간에서 1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함께 살기도 했다는 것은 빅배스의 먹새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이처럼 배스라는 포식자는 먹잇감을 선택할 때 체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빅배스의 경우는 먹잇감을 선택할때 상대방의 체고를 더욱 까다롭게 관찰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빅배스들은 신체의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가급적이면 한번 사냥에 나섰을 때 큰 먹잇감을 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낚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흔히들 빅베이트 또는 큰 루어, 큰 미끼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때 유의해야 할 것은 '큰 루어'의 개념에는 체장만 있는것이 아니라 체고도 함께 포함되는 개념이라는 사실입니다. 빅배스들은 한번 사냥에 나섰을 때 체장은 물론이거니와 적당한 체고를 지니고 있는 큰 먹잇감을 섭취하여 보다 효율적인 신진대사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빅배스의 아가리는 체장별로 어느 정도의 크기이며, 또 이러한 아가리의 크기(입의 지름)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배스의 아가리는 체장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으나 반드시 그러한것은 아니며 서식지의 환경과 배스가 각각 지니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40cm 배스 보다는 50cm 배스의 아가리가 더욱 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환경에 따라서는 60cm 배스의 아가리가 50cm 배스의 아가리보다 반드시 크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필자의 경험상 저수지에서 낚은 빅배스는 강계에서 낚은 빅배스 보다도 체고가 높고 아가리의 지름이 큰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댐( 또는 대형 호수)과 같이 이상적인 서식지(물의 흐름이 없고 다양한 수심대가 존재하며 지형조건이 좋은 곳)와 2차 하천과 같이 배스의 번식이 가능한 환경 중 가장 열악한 서식지(물의 흐름이 강하고 얕은 수심대 위주이며 지형조건이 나쁜 곳) 사이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댐과 같이 정수된 환경은 유속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골이 장대한 배스들, 특히 유전적으로 아가리의 골격을 크게 타고난 개체들이 조금이라도 더 큰 먹잇감을 효율적으로 사냥하면서, 약 10여년의 긴 세월을 살아남아 빅배스로 성장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는 2차 하천과 다르게 유속을 견뎌내는데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으므로, 체고가 낮고 얍실한 몸매를 가진 배스들 보다는 아가리와 체고가 큰 배스들이 여러모로 장점을 가지기 때문에 오래살아 남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2차 하천같이 유속으로 인해 휴식공간이 부족하고, 먹이군의 특성상 작고 재빠른 먹잇감을 상대해야 하는 곳의 배스들은 저수지 배스들의 신체적 조건보다 모든 면에서 기동성이 좋아야만 합니다.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서식하는 배스들은 기골이 장대하여 체고가 높고 아가리가 큰 신체적 조건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 만은 없다는 것이지요. 2차 하천처럼 유속이 강하고 휴식공간이 부족한 곳에서는 물의 저항을 조금이라도 적게 받음으로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체형, 다시말해 체고가 낮고 날렵한 몸매를 가진 배스들이 좀 더 오래 살아남는데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대개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배스의 번식이 굉장히 어려우며, 설령 번식에 성공한다 치더라도 성장에 있어서 명확한 한계를 보이게 됩니다. 배스가 유입된지 30~40년이 넘어가는 2차 하천에서는 평균적으로 20cm 내외의 개체까지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 가능하지만, 그 이상 크기부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환경에서도 드물게 50cm가 넘어가는 큰 배스가 낚이기도 하는데, 이때 대어들의 체형을 보면 체장에 비해 아가리가 작고, 체고가 낮으며 매우 날렵한 몸매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배스의 몸에 살이 찌고 빠져 생기는 몸매의 차이는 환경에 따라서 후천적으로 최적화 되어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아가리의 크기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은 유전적으로 큰 아가리와 높은 체고를 타고난 배스들이 성장환경에서 자연 도태됨으로서 나타나게 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배스가 얼마나 큰 먹잇감을 삼킬 수 있는지, 다시말해, 아가리의 최대 크기와 체고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신체 부위는 어디일까요? 필자의 소견으로 그 부위는 배스의 두개골 뼈 중에서 Cleithrum이라고 불리는 한쌍의 뼈가 그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다른 민물고기 보다도 배스라는 어종은 낚아내면 아가리의 크기를 육안이나 주먹 등으로 크기를 가늠하기 쉬운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낚시터에서 50~60cm급 배스를 낚아보면 아가리의 크기가 반드시 체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 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Cleithrum과 같이 배스의 아가리 골격에 관여하는 뼈의 크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스갯 소리같지만, 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해 보자면, 동물의 왕 호랑이는 결코 생쥐와 같이 작은 먹잇감을 주식으로 잡아먹지 않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과연 기골이 장대한 호랑이가 자신의 발등 크기보다도 작은 생쥐 한마리를 먹기위해 체력을 소모하며 사냥하려들까요? 물론, 자연계에서 절대적인 현상은 없기 때문에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상식적으로 본다면 호랑이가 생쥐처럼 작은 먹잇감을 잡아먹기 위해 이리저리 날뛰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밀림의 최상위 포식자라 할 수 있는 호랑이의 크고 강성한 골격은 결코 작은 생쥐 따위나 잡아먹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호랑이라고 명명하는 이 동물은 수만 수억년 전부터, 자주 사냥하지는 않더라도 한번 사냥에 나섰을 때 좀 더 큰 먹잇감을 잡아 먹을 수 있도록, 강한 턱 힘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도록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지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밀림에서 생쥐를 주식으로 하는 또다른 포식자는 호랑이의 골격보다 훨씬 작고, 날렵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연에서는 무엇하나 사연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는 빅배스의 크고 강성한 두개의 Cleithrum 뼈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 유추해 볼 수 있겠지요. 밀림에 사는 호랑이가 한낱 생쥐를 쫓아다니는데 사력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기골이 장대한 빅배스 또한 2~4cm의 작은 먹잇감 한두마리를 쫓아다닐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론적으로 50cm급 배스는 25cm급의 배스를 잡아먹을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배스들이 주식으로 삼는것은 자신의 체장에 50%에 육박하는 그런 부담스러운 크기의 먹잇감이 아니다. 25cm급 배스라면 체고가 대략 6.7cm 정도 나오게 되는데, 아무리 덩치가 큰 배스라고 하더라도 체고가 6.7cm나 되는 먹잇감은 잘못 삼키게되면 위의 사진처럼 먹잇감이 입에 끼어버려 결국 죽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55cm급 빅배스의 아가리 최대 지름이 8cm 전후라 했을 때, 이정도 크기의 배스가 삼킬 수 있는 먹잇감은 체고의 크기가 약 8cm인 물고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입 크기가 최대 8cm인 배스가 체고가 8cm인 먹잇감을 삼킬수는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대치를 나타낸 것이며, 이들이 평시에 주식으로 사냥하는 물고기의 크기는 대부분 체고가 낮고 몸통은 길어 삼키기는 쉽고 에너지 효율은 좋은 먹잇감을 선호한다. 사육경험상 55cm급 배스들은 체고가 높은 측편형 물고기를 사냥하게 될 경우, 체고가 약 4.5~5.5cm인 물고기(체장 12cm 전후)에 대해서는 특별한 거부감 없이 먹잇감으로 삼게된다. >
5. 여섯가지 물고기 체형과 닮은꼴 루어
배스의 활성도와 루어의 크기는 밀접하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루어의 크기와 관련하여 조금 더 실전적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합니다. 우리는 낚시를 하면서 '활성도가 좋으면 큰 루어를 던지고, 활성도가 낮으면 크기가 작은 루어를 던져라.'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과연 이 문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루어를 선택하면 조과에 보탬이 되는 것일까요?
필자의 소견으로 루어의 크기가 배스낚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 말할 때는, 배스의 신체적 부분과 심리적 부분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먼저 배스의 신체적 부분과 관련해서 알아보자면, 체장이 55cm 정도되는 배스는 자신의 신체적인 활성도가 매우 좋을 때 (수온을 기준으로 약 18~24도 정도 일때)는 약 10~15cm 사이의 비교적 큰 붕어(큰 루어)라고 할지라도 먹잇감으로 인지하고 사냥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질(수온.산성도.용존산소)의 악화로 활성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미꾸라지처럼 체고가 낮아 섭취하기에 부담이 없는 먹잇감과 붕어처럼 체고가 높아 덩치 큰 먹잇감에 대해서 차별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만약 빅배스가 자신의 신체 컨디션(활성도)이 낮은 상태에서, 본의 아니게 리액션에 반응하여 덩치 큰 붕어를 섭취하게 되면, 그 배스는 얼마지나지 않아 붕어를 절반도 소화시키지 못한채 식도 밖으로 토해내게 되지요.
위의 사진은 한여름 동안 3t 사육수조의 수온이 30도에 이르면서, 수질이 나빠져 있는 가운데 64cm 배스가 약 12cm 정도의 큼지막한 붕어를 먹었다가 토해 놓은 모습입니다. 이처럼 한여름이 되면 수온이 오르면서 용존산소와 산성도의 균형이 깨지게 되는데, 이때 배스의 신체 컨디션은 필연적으로 나빠지게 됩니다. 물론, 배스의 공격반응은 '먹새'뿐만이 아니라 '리액션'에 의한 반응도 존재하므로, 이처럼 수질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배스의 머리 위로 붕어를 한마리 떨어트려 폴링 바이트(리액션)를 유도해 보면, 그 배스는 붕어를 덥썩 집어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질이 나쁜상태(신체컨디션이 나쁜상태)에서는 배스가 붕어를 식도로 넘기더라도 몇시간 지나지 않아 식도 밖으로 토해 놓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여름 배스들은 덩치 큰 먹잇감에 대해서 부담감을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빅배스들은 사계절 중 어떤 계절에 붕어와 같이 상대적으로 큰 먹잇감을 선호하게 될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참 아이러니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 계절은 바로 여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빅배스들이 소화 문제로 인해 덩치 큰 먹잇감을 가장 꺼려하는 것도 여름이지만, 또 한편으로 덩치 큰 먹잇감을 가장 원하는 것도 여름이라는 것입니다.
계절별로 빅배스들이 선호하는 루어의 크기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봄.가을처럼 수질 조건이 좋은 계절에는 배스의 신체 컨디션 또한 좋아지기 때문에 10~15cm 정도되는 붕어처럼 상대적으로 큰 먹잇감이라고 할 지라도 사냥하고 소화시키는데 부담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서, 봄.가을 빅배스들의 먹새는 최적 수온대를 바탕으로 먹잇감이 크던 작던 별 상관없이 모두 잘 먹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봄.가을은 각각 산란과 월동이라는 번식.생존 본능의 압박을 크게 받는 시기이기 때문에 먹잇감의 크기를 막론하고 먹새 반응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여름과 겨울에는 봄.가을과 똑같은 크기의 붕어를 투입해 보면 배스들은 사냥을 할지 말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겨울의 경우에는 수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배스들의 먹새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처럼 낮은 수온대에서는 빅배스들이 10~15cm가량되는 붕어를 애초에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 입니다. 게다가 겨울 배스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을 먹고도 건강하게 겨울을 버텨낼 수 있기 때문에, 구태여 소화시키기 어려운 큰 먹잇감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55cm 배스가 한겨울 수온 4~7도 정도에서 2개월(12월,1월) 동안 눈에 띄는 체중 감량 없이, 건강하게 겨울을 버틸 수 있는 먹잇감의 양은, 미꾸라지 4~10마리(더블링거 웜 10개 정도의 물고기) 정도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의 경우는 빅배스들의 먹잇감 크기 선호도를 해석하기가 애매합니다. 여름 동안에 빅배스는 붕어가 투입되기 무섭게 쫓아와 집어 삼키는 날이 있는 반면, 또 어떤 날은 붕어가 투입되도 본채 만채 할때가 있다는 것이지요. 필자의 소견으로 한여름에 빅배스들의 식성이 이렇게 양분화되어서 나타나는 까닭은, 여름에는 고수온으로 인해 수질 조건이 사계절 중 가장 나빠지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고수온대로 인해) 배스들의 신진대사 속도가 가장 빨라지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봄.가을에는 최적 수온대를 바탕으로 하여 배스들의 먹새가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먹잇감을 먹고 소화하여 또다시 허기를 느끼고 먹새에 발동이 걸리는 시간적 간격(신진대사 속도)으로 보자면 여름이 사계절 중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름 배스는 1회 섭취 한계량 만큼 먹고 난 뒤, 대략 12시간이면 또 다시 허기를 느끼고 먹새에 발동이 걸리게 되는데, 이것은 타계절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3~5배 가량 빠른 소화속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여름 배스는 허기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고, 때문에 먹새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강해지는 먹새와는 다르게, 여름시즌의 낚시터는 연중 최악의 수질조건을 보이게 되므로 배스들이 자주 먹이사냥에 나설수는 없습니다. 여름 배스는 허기를 더욱 자주 느끼게 되지만, 정작 서식지의 수질 상황은 먹이사냥에 나설 수 없는 조건이 만들어질때가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여름 빅배스들의 먹새 활성도는 양분화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가령 여름이라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포인트들, 땡볕 보다는 그늘진 직벽에서, 헌물이 고여있는 곳 보다는 시원한 새물이 유입되는 곳에서, 태양이 이글거리는 낮 보다는 밤에, 유속이 느린곳 보다는 적당한 유속이 있는 곳에서, 수면이 고요한곳 보다는 여울지는 곳에서, 섈로우보다는 서모클라인이 존재하는 깊은 수심에서 배스들의 먹새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추측컨데, 아마도 전자의 포인트 보다는 후자의 포인트처럼 수질 조건이 좋은 곳에 머무르는 빅배스들은 한여름이라 할 지라도 조금 더 큰 먹잇감을 원할 공산이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정리하자면, 체력 소모가 심한 상황에 놓인 여름 배스들은 수질조건이 만족되는 시.공간(하루의 시간대와 포인트)에서 머물게 될 경우에는 가능한 한번의 사냥으로 큰 먹잇감을 사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그와는 반대로 수질 조건이 만족되지 않는 시.공간에 머무르는 여름배스들은 숨 쉬기 조차 버거운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먹새반응이 약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만약 그러한 악조건의 시.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여름 배스 중에서 먹새반응을 보이는 개체가 있다면, 그 개체는 소화시키기에 부담이 없는 작은 먹잇감을 선호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감안하고 위의 도표를 본다면, 이제는 어느 계절에 어떤 형태의 민물고기를 닮은 루어가 잘 먹힐지 대략적인 분류를 할 수 있겠지요. 어류는 바다와 민물을 통틀어 총 6가지의 몸매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체장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경우, 각각의 형태는 체고와 몸통의 넓이에 있어서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루어는 대다수가 이 6가지의 물고기 형상에서 모방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진동이나 레틀음, 색상의 유무는 제외하고 오로지 몸체의 형태로만 놓고 본다면, 6가지의 몸체 형태가 모두 동일한 체장을 가졌다고 가정했을 때, 활성도가 낮은 시.공간에서는 측편형이나 방추형처럼 상대적으로 체고가 높은 물고기를 형상화한 루어는 배스에게 부담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활성도가 낮을 때는 장어형이나 리본형을 닮아 체고가 낮은 루어, 예를들자면 미꾸라지나 장어를 연상시키는 웜 계열이나 얍실하게 생긴 미노우 계열이 배스들의 먹새를 자극시켜 낚아내는데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한국에서는 유독 섀드 형태의 하드베이트가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루어시장은 맨 좌측의 미노우와 맨 우측의 크랑크로 양분화 되어 있는데, 사실 먹새의 관점에서 본다면 (Match the bait) 붕어나 잉어를 연상시키는 새드 타입의 루어야말로 우리 주변의 낚시터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루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미노우의 경우는 대개 피라미류(측편형)의 어류와 매칭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미노우는 몸체의 비율만 놓고 본다면 미꾸라지나 장어과의 물고기와 더욱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우리가 물고기의 6가지 형태 중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체형은 바로 구형 입니다. 사실 민물에서는 구형(복어류)과 같은 체형을 하고 있는 먹잇감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배스낚시의 대표적인 루어라 할 수 있는 크랑크베이트는 복어류와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이지요.
왜 배스 루어낚시에서는 굳이 민물에 존재하지도 않는 저런 복어 형태의 루어가 오랜 세월 동안 유행하게 된 것일까요? 이유인즉슨, 크랑크베이트는 진짜 물고기를 흉내낸 먹잇감(Match the bait)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배스가 인지하고 공격하기 좋은 크기를 가진 일종의 두툼한 표적(target)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배스낚시는 바다나 민물에서 성행하는 다른 어떤 루어낚시 보다도 유독 크랑크베이트라는 구형의 루어에 반응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배스라는 어종의 식성을 가장 잘 반영해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스는 적당한 크기의 먹잇감이라면 그것이 피라미를 닮은 미노우이든, 생쥐를 닮은 괴상한 육상의 동물이든 무엇이든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에, 크랑크와 같이 다소 엉뚱하게 생긴 구형의 루어가 성행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이것은 배스라는 어종은 먹잇감으로 섭취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그 넓은 범위 만큼이나 먹잇감의 크기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함께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봄.가을처럼 활성도가 좋은 계절에는 크랑크가 갑이라고 말 하거나, 혹은 대꾸리를 낚는데는 크랑크가 최고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사실 이런 말들이 생겨날 수 있었던 까닭은, 배스들의 먹새가 불과 1~2cm도 안되는 루어의 크기(체장과 체고)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포인트를 공략함에 있어서, 위의 사진과 같이 몸체의 형태는 크게 다르지만 비슷한 수심층을 관통하는 두가지 루어를 운용해 보면, 그곳에 머물고 있는 배스는 각각 다른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설령 똑같이 비슷한 개체를 낚아내더라도 물 속에서는 각각 다른 원인(먹새나 리액션, 영역방어 등)에 의해 낚이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요.
먼저 위쪽에 있는 루어에 대해 소개하자면, 이 루어는 DT16 으로 체장 7cm( 립 포함 11cm)에 체고 3.2cm로 형성된 전형적인 구형의 크랑크베이트이고, 아래쪽에 있는 딥테일댄서07은 (이하 DTD07) 체장 7cm(립포함 11cm)에 체고 1.4cm를 보이는 미노우 형태의 딥다이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DTD07의 경우는 딥다이버이지만 장어형이나 리본형(미꾸라지)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체고가 높은 편에 속하는 구형과 가장 낮은 체고를 보이는 장어형(리본형)의 루어. 앞서 살펴보았던 빅배스의 먹잇감 크기 선호도를 놓고 본다면, 좀 더 많은 시공간에서 빅배스의 먹잇감으로서 선택을 받게될 루어는 체고가 낮아 부담이 적은 DTD 07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름 시즌의 여울이나 서늘한 직벽 그늘 아래처럼, 상대적으로 수질조건이 좋아지는 특별한 시.공간에서는 빅배스들의 먹새가 좋아지므로, DT16과 같은 두툼한 체고의 루어에 반응이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 좌측 BX 웨이킹 미노우, 우측 DT 01 크랑크. 이 두가지 루어는 모두 수면을 자극하여 낚아내는 탑워터이지만 체형에 있어서는 극과극의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조과에 있어서 차이가 날때가 많다. 낚시터의 분위기에 따라서 어느 탑워터를 던져도 잘 낚이는 날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어떤 날은 유독 한가지 루어에 반응이 좋을 때가 있는데, 이럴때는 그날 그곳의 배스들이 원하는 루어의 크기와 모양이 무엇인지 빨리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루어낚시는 진짜 미끼를 사용해서 낚는 것이 아니라, 따지고보면 가짜 미끼로 속여서 낚아내는 낚시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 어떤 노하우나 지식도 영원히 남의 말이 되고 맙니다. 설마 1~2cm도 안되는 체고 차이로 인해 조과가 틀려질까? 혹은 낚일 놈은 어차피 무엇을 던지든 낚일텐데 굳이 루어를 교체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직접 실험해 보시고 그 차이를 몸소 체감해 보시길 바랍니다.
6.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
작은 루어의 매력은 경쟁심 유발.
앞선 단락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자면, 빅배스는 컨디션이 좋을 때는 큰 먹잇감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새끼손가락 만한 웜이나 하드베이트에 걸려나오는 빅배스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것일까요? 앞선 단락에서는 먹잇감의 크기가 배스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단락에서는 루어의 크기가 배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빅배스가 루어를 공격하는 가장 큰 이유가 허기의 감정으로 발생하는 먹새라고 했을 때, 이것만큼이나 빅배스의 공격성을 부추기는 것은 바로 먹잇감에 대한 '경쟁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경쟁심이라는 심리는 먹잇감(루어)의 크기가 작을수록, 주변에 있는 더욱 많은 배스들에게 강한 경쟁심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위의 사진상 상단에 나와있는 체장 15cm, 체고 1.4cm의 큰 미꾸라지를 사육수조에 넣어보면 이 미꾸라지에 먹새 반응을 보이는 배스의 개체수는 극히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3톤 사육수조안에 10~60cm 크기의 배스가 체급별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경우, 체장 15cm 정도의 큰 미꾸라지에 먹새 반응을 보이는 개체는 주로 40~60cm 사이의 덩치 큰 배스들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하단에 나와있는 체장 7cm, 체고 0.7cm의 미꾸라지를 동일한 사육수조에 투입해 보면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40~60cm의 배스들은 체장 7cm 내외의 미꾸라지에 먹새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지만, 10~30cm 사이의 배스들은 작은 미꾸라지가 투입되는 즉시 쫓아다니며 사냥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프루브 4인치 웜처럼 극도로 작고 섬세한 웜이 물속에 폴링되었을 경우 물속 상황을 가정해본 모습. 이처럼 물속에 작은 루어(먹잇감)가
떨어지게되면 주변에 머물던 배스들 중에서도 작은 개체부터 먼저 우르르 몰려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
어느 낚시터를 가던지, 우리가 낚시를 다니는 곳은 10~30cm에 해당하는 작은 크기의 배스들이 40~60cm의 큰 배스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종(種)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으로, 작은 개체들이 큰 개체들에 비해 숫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먹이 피라미드의 특성상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낚시터의 연안에 작은 배스들의 주식에 해당하는 작은 먹잇감을 던져넣었을 경우에 집어(集魚)되는 배스의 마릿수는, 빅배스들의 주식에 해당하는 큰 먹잇감을 던져넣었을때 모여드는 배스의 마릿수보다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낚시터에는 던져진 미끼가 작을수록 필연적으로 그곳 주변에는 작은 배스들이 많이 모여들게 되는데, 바로 이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빅배스는 걷잡을수 없는 경쟁심에 휩싸이게 됩니다. 평상시에는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먹잇감이지만, 또 다른 포식자(동료 배스 또는 블루길과 같은 이종어)가 작은 먹잇감에 관심을 보이게 되면, 남의 먹잇감을 빼앗아 먹고 싶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옛 속담에 '남의 떡이 커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빅배스는 이런 심리적 변화를 통해서 평정심을 잃고, 작은 먹잇감(루어) 근처로 다가와 먹이사냥을 펼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요즘 유행하고 있는 미드스트롤링(이하 미드) 기법 또한 작은 먹잇감을 이용한 경쟁심 유발의 원리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대로라면, 사실 미드에 주로 사용되는 웜의 체장(3~4inch)과 체고는 빅배스들의 먹새에 발동을 걸만한 크기의 루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미드 채비가 대물병기 러버지그 못지 않게 대물의 반응이 좋은 이유 중 한가지는 바로 이 경쟁심의 원리가 빅배스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조건이 좋은 포인트에 미드 웜처럼 비교적 작은 웜이 떨어져 롤링하기 시작하면, 그 즉시 작은 배스들이 관심을 보이며 모여들게 되는데, 이때 주변에 은신하던 빅배스는 서서히 모여드는 작은 배스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결국 냉정함을 잃어버리고 작은 웜을 덮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교하자면 일종의 군중심리처럼, 저것은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맛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이 맛있다고 입소문을 내기 시작하면, 어느새 나의 입맛이 여러 군중들의 취향을 닮아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 있는 셈이지요.
<지난 4~5월, 프루브 웜 4인치를 사용하여 다운샷으로 낚아낸 배스. 경량 다운샷을 이용하여 착수 직후부터 회수직전까지 시종일관 흔들어주면서 운용하는 것도 미드스트롤링 못지않게 많은 마릿수를 기록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배스의 신체 중 아가미의 새파와 새공의 크기(간격)는 배스가 먹잇감을 선택할 때 최소 크기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언급한 배스의 두개골 뼈중 Cleithrum의 크기는 먹이사냥시 최대 크기의 먹잇감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이처럼 배스는 치어에서부터 대어로 성장하기까지 자신의 아가리 크기에 따라 선호하는 먹잇감의 크기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배스라는 어종은 먹잇감의 체장이 1~2cm 더 길고 짧은 것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편이지만, 체고가 1~2cm 더 크고 작은 것의 변화에는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루어 중에는 체고의 크기에 따라서 배스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낚시터의 분위기에 맞게 적절한 루어를 선택해야 겠지요.
< 상단 X-RAP SHAD, 하단 SKTTER SHAD. 낚시터의 분위기가 루어의 크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일때 새드(SHAD) 타입은 사용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새드 형태는 체고에 있어서 극과 극이라 할 수 있는 미노우와 크랑크의 중간격에 해당하기 때문에 운용해 보면 밍밍한 맛이 없지않아 있지만, 대신 대응할 수 있는 시공간의 범위는 가장 넓은 루어라고 볼 수 있다.>
7. 우리의 자연에 깊숙히 스며든 토착어, 배스
배스에게도 수중 생태계에서의 역할이 있다.
배스의 먹새와 관련된 칼럼을 작성한 김에 이 자리에서 꼭 전해드리고 싶은 것은, 오늘날 우리의 수중생태계가 이처럼 망가져 버린 것은 배스라는 외래어종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부 몰상식한 언론에서는 시청률 몰이를 위해서 배스의 큰 아가리가 마치 생태계의 모든 동물을 잡아 먹을 것처럼, 자극적인 장면만 편집하여 배스의 폐해라며 과장하여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 알고보면 배스의 큰 아가리에는 단점도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스는 토종 민물고기들에 비해서 신체의 에너지 효율이 낮을 수 밖에 없는 먹이피라미드 맨꼭대기에 올라있는 어종이며,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녀석들의 큰 아가리는 살아있는 모든 동물을 잡아 먹을 수 있도록 발달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먹잇감의 경우는 쉽게 섭취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작은 민물고기들의 개체수에 더욱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배스 보다는 작고 날렵하여 신체의 기동성이 뛰어난 또다른 포식자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먹이 피라미드의 구조상, 민물고기들과 그들의 치어를 주식으로 하는 포식자는 배스보다 작은 아가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작은 먹잇감의 사냥에 보다 최적화된 몸체를 가진 블루길이나 끄리, 강준치와 같은 어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스도 성장과정에서는 작은 민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성어로 성장한 이후에는 큰 아가리를 이용하여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또 다른 외래종.이입종 포식자 (10cm정도의 블루길, 10~15cm 크기의 끄리, 강준치)를 먹잇감으로 섭취함으로서, 오히려 민물고기의 개체수를 위협하는 또 다른 포식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 블루길과 황소개구리를 삼킨 배스의 모습. 이처럼 배스는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외래종을 잡아 먹으므로서 수중생태계의 균형을 맞추어가는 조절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1990년경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황소개구리 번식 문제는 배스가 번성해 나가면서 그 개체수를 감소 시키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배스는 더이상 우리 하천 생태계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어종이 아닙니다. 배스는 우리 수중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먹이사슬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배스가 우리 하천에 악영향만 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례는 낙동강수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 배스는 유입된 후, 20~3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힘들게 적응한 끝에 낙동강 수계에 왕좌로 등극했고, 지금으로 부터 약 10여년 전쯤에는 그 세력이 절정에 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때 그 시절에 배스의 확산으로 수중생태계에 균형이 깨져버린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배스는 그 왕좌의 자리를 오래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유인즉슨, 배스 보다 신체가 작아 기동성이 좋으며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난 끄리와 같은 이입종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각 수계마다 아주 오랜 세월을 고립분화된 상태로 진화해온 여러 포식어종들이 있는데, 예를들자면, 끄리나 강준치와 같은 물고기들입니다. 수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는한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진화를 거쳐 고유의 생태계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어있지만, 어느 시점부터 인간의 이식행위로 인해 끄리와 같이 한강 수계에만 살던 토종 포식어종들이 낙동강 수계에 퍼져 나가게 된 것이지요.
한강수계의 빠른 유속과 깊은 수심에 단련된 끄리는 특유의 기동성을 바탕으로 불과 5년만에 상대적으로 유속이 느리고 얕은 낙동강을 점령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2010년경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배스가 끄리나 강준치 같은 이입종과의 생존경쟁에 밀려서 개체수가 급감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낙동강은 겉은 토종이지만 타수계에서 흘러들어온 이입종의 천하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배스는 자연스럽게 끄리나 강준치와 같은 이입종의 개체수를 줄이는 조절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주 오랜세월 동안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면서 형성해온 먹이그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느 종의 세력이 특출나게 번식하게 될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그 종을 잡아먹는 또 다른 종이 번성함으로서 힘의 균형을 되찾아가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스라는 외래어종은 또 다른 외래어종을 잡아먹어 줌으로서 생태계의 균형이 이루어지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미 얽히고 섥혀버린 실타래처럼, 이제 배스는 우리 하천생태계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복잡한 먹이그물의 한 줄기 실이 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생태계에서는 한 종이 과잉번식해 나가다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 '개체수 조절'이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끄리, 강준치, 배스가 함께 살고있는 낙동강계 뿐만이 아니라, 배스가 유입되어 있는 전국 어느 하천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령, 다른 포식어종의 개체수가 적고 배스의 세력만 비정상적으로 번성한 수계에서는 결국 큰배스가 작은 배스를 잡아먹으므로서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해 나가게되지요. 자연의 이치는 아주 심오해서, 배스와 같은 어종들은 서식지에 먹잇감이 부족해지면, 결국 동료를 잡아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함으로서 종족 전체의 공멸을 막고 소수의 배스가 대를 이어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배스는 신체의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어종이기 때문에 서식지에 먹잇감이 부족하여 궁박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동료 배스를 잡아먹음으로서 스스로 개체수를 줄여나가게 된다. 미국의 한 자료에 따르면, 50cm 배스는 최대 25cm정도 크기의 배스를 잡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배스는 단순히 입이 크니까 모든 토종어를 잡아 먹을것이라는 생각은 오로지 사람의 기준에서만 바라보는 아주 편협한 시각에 불과합니다. 몇 차례의 컬럼을 통해 말씀드렸지만, 배스의 지나친 번식을 막아주고 배스의 천적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물속 구성원들은 많습니다. 지금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파괴되고 더럽혀져 그런 구성원들이 부족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조금씩이나마 본래의 자연환경으로 만들어 가다보면, 잃어버렸던 우리의 물속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되찾아 올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우리의 자연에 동화되버린 물고기를 외래어종이라는 이유로 분풀이라도 하듯이 무조건 잡아 죽여야 하는게 옳을까요? 필자의 소견으로는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배스를 마구잡이로 죽여대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조금만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배스의 개체수 조절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본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자연 환경을 되찾아가는 것이야 말로 배스와 민물고기가 함께 균형을 맞추어 살아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 수달의 별미는 배스. 배스의 과잉 번식이 이루어진 곳에서는 저수지와 강을 막론하고 어김없이 수달무리가 유입되어 배스의 개체수를 감소시키게 된다. 특히 수달은 다른 민물고기들 보다도 40cm 이상급의 큼지막한 배스를 즐겨 먹는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배스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에 지정되어 있는 수달에게 훌륭한 먹잇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
나의 고향, 우리의 소중한 하천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는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필자가 몸서리치도록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실 한가지는, 어릴적 뛰어 놀던 제 고향 하천에서는 배스와 블루길 같은 외래어종이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1990년경부터 농업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무분별한 농약사용으로 하천과 호수가 파괴되고 있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큰 비만 내렸다 하면 일부 양심없는 공장과 축사에서는 각종 오폐수를 들이붓고 있었지요. 그 덕분에 반도치고 개구리 잡고, 낚시를 해오던 그 놀이터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폐사하여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어릴적 제 머릿속 기억에는 분명히, 이미 망가져가기 시작하던 그 강과 호수에 배스와 같은 외래종이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필자에게 외래어종은 무조건 쳐죽여야 하는 물고기가 아니라, 더러운 물이지만 잘 사는 물고기, 가짜 미끼이지만 어김없이 낚여주는 재미있는 친구였지요. 농촌에서 태어나서 자란 것이 자랑은 아닙니다만, 필자는 위와 같이 내 고향의 자연이 어떻게 파괴되어 갔었는지 그 과정을 두눈 뜨고 똑똑히 지켜봐왔기 때문에,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죽어가야만하는 외래어종들이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어릴적에 저는 분명히 나의 아버지와 친구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모두의 부모님 세대가 저지른 잘못으로 물고기가 죽어나가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잘못은 힘 없고 말못하는 물고기들이 떠안게 되더라는 것이지요.
자연에서 발생하는 어떤 현상에 대해서 진지하고 냉철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로 꼭두각시처럼 언론이 말하는 것만 믿고 동조하여 마녀사냥하듯이 배스를 몰아 붙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바라건데, 앞으로는 배스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만 마시고, 꼭 한번쯤은 타국에서 흘러온 이 초록물고기의 치열한 생존 방식에 대해서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너그럽게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